입학과 개학 철이다.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아침마다 배를 움켜 쥐거나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더러는 이불 속에서 끙끙거리면서 뒹굴거나 마지 못해 일어나도 화장실에서 시간을 끌다 결국 아파서 학교에 못가겠다고 하소연한다.

꾀병이 아니라 진짜 병으로 이른바 '새 학기 증후군이다. 방학 동안 마음대로 지내다 학교에 가서 종일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싫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데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까지 겹치면서 신체적 아픔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데서 오는 불안,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 · 고교생은 공부 중압감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주요인이다. 대부분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지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한 경우엔 기간이 길어지는 수도 있다. 과목 수와 수업 시간이 늘어나는데다 수업 방식을 비롯한 생활 패턴까지 완전히 바뀌는 까닭이다.

뭐든 그렇지만 새 학기 증후군 역시 습관성인 수가 많다. 한번 생겨 하루 이틀 학교를 결석하게 되면 학기 초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기 쉽다는 얘기다.

예방하자면 개학하기 전 미리 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조절해주고,바깥놀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줘야 한다고 한다. 부모의 관심이 중요한 만큼 초 · 중 · 고생을 막론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칭찬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달라진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새 학기 증후군은 일종의 성장통이다. 변화에 대한 불안 내지 거부감 때문에 힘든 건 대학생이나 성인도 마찬가지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 가운데 사회 진출을 꺼려 전공을 바꿔가며 대학에 남아 있으려 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승진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제자리에 머물려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새 학기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끙끙대지 말고 친구를 만드는 동시에 질문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집에서도 꾀병이라고 다그치거나 못났다고 윽박지르지 말고 문제가 뭔지 파악해 해결해줘야 한다. 말을 못하면 병은 깊어지고 곪은 상처는 나았다가도 덧나기 쉽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